2008년 9월 20일 토요일

한문본 불경 악영향의 심각성

얼마 전에는 뜻도 잘 모르고 웅얼웅얼 외우는 한문본 경전 독송 소리를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라고 했다가 불동을 벌집 쑤셔놓은 것처럼 만들어 놓았는데... 또 그놈의 "귀신 씨나락..." 시리즈가 계속되느냐고 짜증 부리시는 분들 아마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지난 "귀신 씨나락..." 논쟁 때 잠깐 이야기 했던 것 처럼 불교는 원래 인도에서 탄생한 종교입니다. 따라서 불교 경전도 당연히 인도말인 팔리어나 산스크리트어(범어)로 기록되었었지요. 다만 우리나라 불교가 중국을 거쳐서 들어오다 보니 자연히 한문본 경전과 같이 들어오게 되었죠.

그런데 팔리어나 범어는 아시다시피 우리 말처럼 소리글자를 씁니다. 중국어는 뜻글자인 한자를 쓰구요. 따라서 불경을 한문으로 번역을 할 때 적절한 중국어 낱말을 찾지 못하면 자연스레 음사(음역)를 해서 그 소리가 비슷하게 되도록 한자로 표기한 것이지요. 예를 들면 "마하," "반야," 바라밀다"... 등등. 마치 우리가 텔레비전, 라디오, .. 등으로 번역(?)을 하는 것처럼...

따라서 한문본 경전에는 그 뜻을 한자말로 바꿔 놓은 낱말들과 단지 소리만 비슷하게 음사한 낱말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 중국사람들은 고유명사들도 뜻풀이를 해서 이름을 새로 지어준 경우도 아주 많습니다. 예를 들면, 나가르주나 ==> 용수, 아상가 ==> 무착, ..등) 그런데 한문도 잘 모르고 인도말도 잘 모르는 우리 한국 사람들이 그것들을 쉽게 구별해 내기는 정말 어렵겠지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공부를 많이 한 스님들께 또는 학자들께 배우는 수 밖에 달리 길이 없습니다. 불교는 "부처님을 믿는" 종교가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 (불법)"을 배우고 실천해서 "부처"가 되고자 하는 종교이지요. 그런데 "부처님의 가르침"이 뭔지도 모르면서 실천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요?

그런데 제가 말씀 드리고자 하는 정말 심각한 문제는...
한문본 경전의 성격이 이렇다 보니 스님들도 자주 헸갈린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도말은 잘 모르고 한문은 꽤나 하는 스님의 경우, 음사된 낱말을 한자 뜻 풀이를 하여 억지춘향격으로 뜻을 꿰어 맞추려고 하는 실수를 한다는 것입니다. 음사한 낱말인 경우, 단지 소리만 흉내낸 것이기 때문에 뜻이 안 통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그것을 억지로 뜻을 꿰어 맞추려고 하다 보니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서 소설을 쓰듯이 구라(어? 이거 일본말 같은데...?)를 풀게 되고... 그냥 모른다고 하거나 아님 가만히 있으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왜곡하는 일은 없을텐데... 아는 체 하는 바람에 결국 "부처님의 가르침"을 왜곡해서 가르치게 되고, 무식한 우리는 또 그것을 부처님의 가르침인줄로 배우게 되고...

이렇게 "부처님의 가르침"이 잘 못 전달되는 것을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하지 않을 수 있나요?

지나친 걱정인가요? 얼마 전에 본 아주 유명한 선사 스님의 법문에서 읽은 일이 있는 겁니다. 보살의 뜻을 풀이하는데 "보"자의 뜻은 어쩌고 저쩌고... "살"의 의미는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보살"이란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풀이 해 놓은 걸 봤습니다. 기가 찰 노릇이지요. 보디삿트바 (범어) 또는 보디삿타 (팔리어) ==> 보리살타 (한자어) ==> 줄여서 "보살" 이렇게 된 것을 모르면 실수를 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남에게 자신있게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요? 불법이 왜곡되는데...? 저는 그런 해석은 주저하지 않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합니다.

어떤 분들은 (특히 선불교에서는) "알음알이"를 쓸데 없는 짓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중요하고도 의미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알음알이", 문자, 또는 언어의 한계를 분명히 알고 그것들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지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더 낫다라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행하는 것, 머리로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은 결코 같지 않다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불법)을 배우고 행해서 부처가 되고자 하는 종교임에 분명합니다. 달마 스님은 부처님의 훌륭한 제자이고 큰 스승일 뿐이지 불교의 교조가 아닙니다. 혜능 스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신 두 손 모음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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